에르메스를 사랑하는 이유




STYLE / INTERVIEW
Jan 14, 2018

에르메스를 사랑하는 이유

에르메스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는가? 그 답은 알리바바의 동굴 같은 공방 ‘쁘띠 아쉬 Petit h’에서 찾을 수 있다.

에르메스를 사랑하는 이유
에르메스를 구성하는 이들에겐 특별한 유전자가 있는 걸까? 에르메스 6대손이자 쁘띠 아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스칼 뮈사르는 한국에서의 첫 전시를 위해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좋은 소재를 이용해 견고한 오브제를 만들 때 그 소재를 이미 하나의 완성품으로 보는 것. 에르메스 유전자에는 이런 시각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파스칼 뮈사르의 푸른 눈, 웃을 때 화사하게 잡히는 얼굴 주름에는 여전히 꿈 많은 소녀가 살고 있다. 어떤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고 스펀지처럼 흡수하겠다는 긍정적인 오라가 가득해 주변까지 영향을 미치는 여인. 그녀처럼 무언가를 창조하고 재창조하는 것, 더불어 고객을 꿈꾸게 하는 것은 에르메스의 전통이자 많은 이들이 에르메스를 사랑하는 이유다.
쁘띠 아쉬에서는 실크로 만든 여우 모양 마스크, 실크와 악어가죽으로 만든 돛단배, 악어가죽으로 꾸민 움직이는 말 모형 등 다양한 자투리 재료로 동화적 오브제들을 만든다.
쁘띠 아쉬에서는 실크로 만든 여우 모양 마스크, 실크와 악어가죽으로 만든 돛단배, 악어가죽으로 꾸민 움직이는 말 모형 등 다양한 자투리 재료로 동화적 오브제들을 만든다.
전시장에 마련된 작업 공간에서 직접 쁘띠 아쉬의 소품을 만들어볼 수 있었다.
전시장에 마련된 작업 공간에서 직접 쁘띠 아쉬의 소품을 만들어볼 수 있었다.
숲속을 거닐듯 꾸며진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숲속을 거닐듯 꾸며진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시노그래피를 담당한 정연두 작가는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해 사계절을 느낄수 있도록 연출했다.
시노그래피를 담당한 정연두 작가는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해 사계절을 느낄수 있도록 연출했다.
소재 자체만으로 완벽한 자투리는 쁘띠 아쉬에서 새로운 오브제로서 생명을 얻는다.
소재 자체만으로 완벽한 자투리는 쁘띠 아쉬에서 새로운 오브제로서 생명을 얻는다.
서울에서는 첫 전시다. 아뜰리에 에르메스 수상자인 정연두 작가와 협업했는데, 여러 도시를 순회하는 가운데 서울 전시를 준비하면서 쁘띠 아쉬가 특히 기대한 바가 있었나?
먼저 서울에 와서 에르메스 고객들과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2006년 도산공원 매장 오프닝 때를 비롯해 몇 차례 서울을 방문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정연두 작가와 만나고 함께 일한 것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의 시적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한다. 이번 전시 시노그래피에서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 자연과 계절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조명도 우아하게 활용했다. 정말 대단한 아티스트다!

2010년 에르메스의 업사이클링 공방 쁘띠 아쉬를 열기까지 당신에게 영감을 준 것은 무엇인가? 성장 환경이 쁘띠 아쉬가 탄생하는 배경이 되었을 것 같다.
어렸을 때 포브르 생토노레 공방에서 버려진 자투리 가죽을 예쁘게 재조립하면서 놀았었다. 바닥에 던져졌거나 사용하지 않는 재료만 갖고 놀 수 있었는데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아름다운 재료들이 버려지는 것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내 별명이 ‘수집왕’이었다. 그런 소재를 사용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고, 수선하고, 재창조하고, 다시 마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정말 좋다! 내가 수년간 터득한 노하우에 유머와 상상력을 더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마침 에르메스로부터 내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공방을 열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다양한 기술, 창의적인 아이디어, 뛰어난 품질의 오브제, 지속 가능성과 책임성에 대한 사명감 등 우리가 추구하는 요소를 한데 모아 아틀리에를 만들었다. 에르메스 공방이나 매장에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오브제, 버려질 소재 등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우리 철학이다.

소재의 재활용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다 더 큰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자연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다. 때문에 소재가 버려질 때마다 내가 존경하는 우리 장인들의 전문성과 어떻게 결합할지 고민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주어진 것, 엄선된 것을 돌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돌보다 take care’라는 표현을 매우 좋아한다. 버려진 오브제나 소재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다. 나에게 특별히 기업가 정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쁘띠 아쉬를 추진할 필요성을 느꼈고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불과 7년이 지난 오늘날 에르메스의 지원으로 파리에 상시 매장을 오픈하고 이 프로젝트를 현실화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 앞으로도 전 세계를 다니며 오브제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나의 자녀, 손자 손녀, 그리고 우리 고객들이 언제나 아름다운 오브제를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하기를 바란다.

쁘띠 아쉬는 공방 제작자들과 외부의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활발한 협업으로 이뤄진다. 작업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줄 수 있나?
우선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을 쁘띠 아쉬 공방에 초대한다. ‘알리바바의 동굴’이라 부르는 우리 공방에는 에르메스에서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소재를 다람쥐가 도토리를 저장하듯 모아놓았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들은 소재를 자유롭게 탐험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이 만드는 오브제는 에르메스의 다른 오브제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여정을 거쳐 각자의 스토리와 노하우로 완성된다. 모든 오브제는 기능과 에르메스 브랜드에 어울리는 절제미를 갖춰야 한다. 아티스트는 그만의 시선, 창의력, 진정성을 담아 에르메스 장인들의 도움으로 소재를 재탄생시킨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뛰어난 오브제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다. 기본적으로 ‘재탄생’과 ‘업사이클링’으로 접근하는데, 이렇게 ‘재창조의 실험실’ 같은 쁘띠 아쉬에서는 형태, 소재, 색상, 기법 등 다방면에서 한계를 시험한다. 다시 제작하고, 다시 바느질하고, 개조하고, 다시 만들고,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이다.

특히 애착이 가는 재료가 있나? 가령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든 개인적인 스토리가 담긴 것이라든가.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소재에 애착이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가죽과 실크가 특별하지만 말이다. 나는 선물을 줄 때 오브제를 만들어 건네는 것을 좋아하고, 감사나 축하의 말을 담은 간단한 엽서도 직접 만들어 보낸다. 나는 가죽에 대한 지식은 있지만 장인들만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들은 나에게 ‘이 가죽은 너무 부드럽기 때문에 가방에 사용될 수 없다’고 얘기해준다. 그리고 언젠가 부드러운 가죽이 필요한 프로젝트가 생기면 나는 예전 그 가죽을 기억해낸다. 최근 테라조, 알루미늄 등 새로운 소재를 추가했고 앞으로도 새로운 소재가 더해질 예정이다.
몇 가지 메이킹 영상을 보니 직접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아이디어를 교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쁘띠 아쉬 프로젝트는 3가지 중심축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는 장인정신의 노하우를 계승하는 것, 두 번째는 소재를 보호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 보존하기보다는 다른 소재와 결합해 새로운 오브제를 만드는 것. 세 번째는 새로운 소재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나와 같이 일하는 아티스트들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이 새롭고, 다양한 오브제를 만들고자 쁘띠 아쉬를 찾는다. 우리 공방에 오는 아티스트들은 익숙한 소재보다는 새로운 소재를 사용해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고자 우리 공방에 초대했다. 그가 만나게 될 우리 장인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 에르메스와 함께한 사람들로, 에르메스의 노하우와 품질 기준이 그들의 내면 깊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혁신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다. 쁘띠 아쉬에서는 그 누구도 기존의 기술만으로 안주할 수 없다. 각 공방들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싶다. 여러 공방의 협력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해결책, 새로운 창조물이 등장한다. 디자이너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장인들은 기술적 해답을 찾고 에르메스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의 지식을 기반으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젊은 장인,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어떤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지? 당신은 어떤 사람에게 매료되는지 궁금하다.
나는 다양한 방법으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을 만난다. 일반적으로 내가 그들의 작품을 좋아하거나 학교, 전시회 등 행사에서의 만남이 계기가 된다. 또는 우연히 길을 걷다 누군가 착용하고 있는 멋진 목걸이를 포착하거나, 여행 중 마음에 드는 오브제를 발견하거나, 지인의 소개로 그쪽에서 먼저 연락을 하는 것이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와 아이디어를 공유할 시간만 있다면 재능 있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어떤 지향점을 견지하려 노력하나?
쁘띠 아쉬는 마치 실험실 같다. 디자인 관점에서 에르메스의 미래를 내다보고 싶다. 아름답고 활용도가 있는 디자인.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모든 단계에 진정성을 담고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다.

쁘띠 아쉬는 비즈니스적으로 에르메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나?
버려지고 잊혀진 소재로 새로운 것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의무이자 책임이었다. 회사에서 불완전하다고 여기거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소재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것은 어려운 프로젝트임이 맞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가 에르메스에 확신을 심어주었기를 바란다.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쁘띠 아쉬를 이해하는 것 같다. 에르메스가 성장하면서 그 과정에 속도가 붙었고 전 세계 곳곳에 쁘띠 아쉬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다. 좋은 소재로 견고한 오브제를 만들 때는 그 소재를 하나의 완성품으로 봐야 하며, 이런 시각은 에르메스 유전자에 내재되어 있다. 앞날을 내다보는 것 또한 쁘띠 아쉬에서 흔히 언급되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에르메스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는가?’ ‘앞으로 우리는 어떤 소재를 사용할 것인가?’ 등의 고민이다.

앞으로 쁘띠 아쉬에 더 보완했으면 하는 점이나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계속 성장하면서도 작은 규모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언젠가 운영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날이 오면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쁘띠 아쉬를 키우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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