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와이어스 인터뷰, Andrew Wyeth interview
블렉베리 따는 사람 Blackberry Picker,템페라화 |
Wind from the Sea, 1947 |
Corner of the Woods |
비행중 Airborne |
Wind from the Sea, 1947 |
Omen, 1997 |
인터뷰 모음
■ 사물을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저 포지션이 적절한가? 내가 이 오브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느낌과 같은 것을 표현하는가? 그런 생각이 언제나 마음속에 있습니다. 심지어 밤에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런 꿈을 꿉니다. 그저 앉아서 사물이나 인물을 요모조모 포지션을 바꿔 가며 연구만 해도 내 상상이 노니는 공간이 아주 야들야들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종이 한 장, 패널 하나를 구해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 가며 대봅니다. 어떤 사이즈가 나올지는 전혀 모르죠. 우표딱지만 하게 될 수도 있고, 12피트짜리가 될 수도 있고. 미리 정해 스스로 옭아매지 않습니다.
■ 그림이 타당한가 아닌가는 썩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요.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 다른 작가들한테는 중요하겠지만. 하지만 나는 내 세계가 있습니다. 나는 스스로 옭아매기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위촉 작품도 안 해요. 물론 해보기야 했죠. 그때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판박이로 정해져 있는데, 나는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거든요.
■ 몇 달씩 되도록 이거다 하는 게 안 보일 때도 있습니다. 영감이라는 것이, 눈앞이나 저기 고속도로에서 나뭇잎 하나만 날려도 떠오르기도 합니다. 일단 필이 꽂히면 막가는 겁니다. 영감이라는 건 또 말로 하려면 참 허황되고 거짓말 같기도 합니다. 사랑을 하는 것하고 비슷하달까. 어떨 땐 되고, 어떨 땐 안 되고. 왔다 싶으면 온 거고. 가만히 앉아서 뭘 할까 생각하는 일, 그런 일을 몇 번 해봤는데, 싫더라고요.
■ 아버지가 내 유일한 선생님이었습니다. 아주 엄격하셨지요. 매형은 맥아더 장군이 교장일 때 육군사관학교를 다닌 사람인데, “육사도 힘들었지만 자네 아버지한테 배우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했습니다. 직설적이고. 아버지 말씀에 항상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아버지의 지적은 옳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사람 머리가 나를 쳐다보는 걸 그리다가 이 조그맣게 반들거리는 것까지 다 그려 넣다 보니 좀 지나치게 됐지요. 아버지가 들어오시더니 “앤디야” 하시고선 맨엄지로 팔레트에서 황토색이랑 똥색을 묻혀서는 그림자를 다 단순화시켜 버리셨습니다. “너는 사물을 보면서, 실제보다 더 복잡하게 하고 있어.” 이런 식으로 가르치셨습니다. 간단한 것을 먼저 봐라.
■ 예술가한테는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아내 베치와 나는 매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베치한테는 힘들었으리란 걸 알고 있어요. 나는 뭘 그리든 절대로 자유가 필요했으니까. ‘헬가 시리즈(1970년부터 1985년까지 15년 동안 헬가를 모델로 그린 누드 시리즈)’를 그릴 때 베치는 몰랐습니다. 사람들은 베치도 알고 있었다고 하는데, 아닙니다. 나는 평소대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가 좀 벗어나고 싶었는데, 결혼하고 애까지 딸린 독일 여자를 데려와 옷을 벗게 하고 내가 시키는 대로 온갖 자세를 취하게 한다면 베치가 기분이 상할 거라 생각했지요. 절대로 자유. 내 아버지가 그랬듯 내 아내도 나를 옥죄어 오기 시작한다는 느낌을 나는 받았고, 좀 벗어날 필요가 있었습니다. 결혼은 엄청난 일이어서, 일단 지켜야 할 몇 가지 윤리가 있습니다.
■ 자신을 믿으세요. 사랑을 믿으세요. 무언가를 사랑하세요. 무언가를 깊이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길밖에 없습니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난 비극이라고 봐요. 집에 틀어박혀 늘상 보던 것만 그리라는 게 아니라, 현실의 본질은 무언가를 깊이 사랑하는 데 있다는 겁니다. 나는 그렇게 믿어요. 외국에 가서 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본질은 그대로 갖고 다니는 겁니다. 사랑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센티멘탈할지 모르지만 나뭇잎 하나, 나뭇가지 하나, 말똥 한 덩어리, 뭐를 그리든 상관없어요. 그것이 드리우는 그림자조차 멋들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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