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아트 컬렉션을 위한 조언
Margaretha Grönvall, art-collector
1 작가와의 직거래는 내게도, 작가에게도 손해
“작품을 사는 가장 좋은 타이밍은 평소 눈여겨보던 작가가 갤러리에서 정식으로 개인전을 할 때다. 작가가 열정을 갖고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무대이니만큼 이때 구매한 작품은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작가에게 따로 연락을 해 작품가를 낮추는 것은 작가는 물론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 ‘저 작가는 굳이 갤러리를 통할 필요가 없다’는 소문이 나면 에디션 관리가 엉망이 되면서 미술 시장에서도 그 작가를 찾지 않게 된다. 갤러리는 작가의 작품을 정확하게 관리하고 유통하는 곳이지 않나. 정석대로 작품을 구매하는 습관이 ‘진짜’ 컬렉터를 만든다.” _ 갤러리 ERD 이민주 대표
2 10년 이상 작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지 확인하라
“너무 젊은 작가보다는 작품세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40~50대 작가의 작품을 권한다. 30대까지 이런저런 부침과 방황을 겪다 미술계에서 사라지는 작가가 많기 때문이다. 혼돈의 시기를 지나 40대까지 작업을 계속하는 작가들은 어느 정도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하고 있고, 앞날도 예측할 수 있다. 작품 가격 역시 거장의 그것과 비교하면 접근 가능한 수준일 때가 많다. 여러모로 위험이 적어 작품을 처음 구매하는 이라도 ‘안정적인’ 소장이 가능하다. 전시경력과 소장처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_ 누크갤러리 조정란 대표
3 갤러리의 전문 분야와 전시 이력을 살펴라
“갤러리마다 각각의 장점이 있는데 컬렉션의 성패는 이를 정확하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난다. 사회적, 철학적 문제 제기에 강한 작가를 발 빠르게 소개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재능 있는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데 강점을 보이는 곳도 있다. 주식을 살 때 그 회사의 포트폴리오와 성장 과정을 살 피듯 갤러리 역시 지난 역사를 꼼꼼하게 분석해 야 한다. 어떤 작가를 소개해왔는지, 한 번 인연 을 맺은 작가와 지속적으로 전시를 선보이는지 등을 살피면 그 갤러리의 ‘색깔’과 사업에 임하 는 태도를 알 수 있고 거래를 할 만한 곳인지도 판단할 수 있다.” _ 한국화랑협회 장은경 팀장
4 인테리어를 위한 ‘예쁜’ 작품도 당당히 구매하시길!
“컨템퍼러리 아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사회적 담론 을 품고 있거나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향하거나…. 로메 루 브리투의 조각이나 에바 아르미센의 회화가 후자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예쁜’ 작품을 좋아 한다고 하면 왠지 취향이 고급스럽지 않은 것처 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다양한 압박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무거운’ 작품을 원하지 않는다. 구매한 작품이 몇 십 년 뒤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없다. 컬렉션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유명한 작가의 철학적인 작품을 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이런 부담은 과감히 떨쳐버려도 좋다.” _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정희철 팀장
5 관련 서류를 잘 챙기는 것도 컬렉션의 기술
“예술품 매매 시 법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거래 사실과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계약서, 진품 보증서, 감정서 등 관련 서류를 잘 챙겨야 한다. 또한 계약서에는 구매하는 예술품에 대한 상세 설명, 상태, 책임 소재, 보증 문구 등 예술품의 특수성을 반영한 조항들이 적절히 삽입되어야 한다. 작가가 발행하는 진품 보증서, 갤러리나 옥션 하우스에서 발행하는 감정서도 중요하다. 의심스럽다면 전문가를 통해 진위 및 시가에 대한 감정을 받는 것이 좋다. 작품의 소장 이력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판매자가 서류 발급을 원치 않거나 가격이 지나치게 싸다면 그만큼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_ <예술법> 저자, 뉴욕주 변호사 캐슬린 김
6 진심으로 원하는 작품인지 자문할 것!
“아트 작품을 고르는 것은 일상용품을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집에 두고 오랫동안 보고,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한 점 한 점 구입한 작품을 훑어보다 보면 작품을 살 때의 심정이나 상황, 추억이 떠오르면서 지난 삶의 궤적이 드러난다는 컬렉터가 많다. 슈퍼마켓에서 물건 사듯 간편하게 구매하기보다는 그 작품을 진심으로 원하는지, 갖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무엇이 좋은지 자문해야 한다. 별 감정의 동요가 없고, 가슴도 뛰지 않는다면 결정을 유보해야 한다.” _ 독립큐레이터 전민경
7 갤러리 대표의 열정과 목표를 살펴라
“갤러리는 꼼꼼하게 분석하면서 정작 그 갤러리를 이끄는 대표에 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조직의 대표는 그곳의 모든 것이다.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열정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소개하는 작가가 미술 시장에서 받는 평가, 오를 수 있는 지점이 달라진다. 미국의 가고시안 갤러리를 이끄는 래리 가고시안은 우연히 마음에 드는 작가를 알게 되면 전화번호부까지 뒤져 연락했다. 그렇게 소개한 작가가 세계적 사진가 랠프 깁슨이다. 화려하고 성대한 작품을 좋아해 제프 쿤스 같은 아티스트도 공격적으로 소개한다.” _ 이안아트컨설팅 김영애 대표
8 작품을 구매하는 것은 ‘끝’이 아닌 ‘시작’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작 품을 구매하면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 가 많다. 하지만 향후 좀 더 좋은 컬렉션을 이어가고 선택한 작가와도 더 단단한 유대 관계를 맺으려면 집에 작품을 건 이후부터가 중요하다. 우선 갤러리 측에 작가가 향후 다른 곳에서 전시를 하거나 신작을 선보일 때 관련 내용을 업데이트해달라고 요청하자. 좋은 고객을 만나는 건 갤러리 측에도 반가운 일이기 때문에 기꺼이 요구에 응한다. 만약 그렇지 않은 갤러리를 만난다면 거래를 하지 않으면 된다. 집에 작품을 들여놓은 후에는 친구나 지인을 초대해 적극적으로 알린다. 작품을 향한 애정이 커지고 작가를 홍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아트 컬렉션이 즐거운 일이란 걸 알게 되면서 더 열심히 갤러리를 찾게 된다. 아트 컬렉션의 질은 이런 관심과 노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_ 이화익갤러리 김동현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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