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여 여러가지를 하라

타임(Time)지의 ‘2008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선정되었고 아시아의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이라고 일컬어지는, 자칭 오타쿠라고 하는 무라카미 다카시(일본, 1962~)는 일본 만화 세대에 태어난 작가로 미술대학을 졸업 후 뉴욕에서 히로폰 팩토리(Hiropon Factory)라는 미술 창작 집단을 운영하였다.
일본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던 그는 앤디 워홀이 행하였던 미술의 상업화를 일찌감치 따라 하며 90년대 후반에는 제프 쿤스(Jeff Koons, 1955~)의 작품을 벤치마킹하여 ‘Hiropon’ ‘My Lonesome Cowboy’ 등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활용한, 쇼킹한 작품들을 선보였고 특히 ‘My Lonesome Cowboy’는 작년에 뉴욕 경매에서 1516만 달러에 팔렸다.

그는 기업처럼 조직을 갖추고 팩토리를 기반으로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만화 및 일본의 전통적 요소를 활용하여 드로잉, 조각,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작품 제작과 티셔츠나 마스코트 같은 상품 출시 및 출판, 큐레이팅을 하며 일본에서 저급하게 취급받던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오타쿠 문화를 미국의 팝아트에 새로운 감각으로 접목시켰다.

몇 년 전에는 루이뷔통 가방 디자인에 참여하여 대성공을 이루었으며 라디오 호스트, 칼럼니스트, 신진 작가 관리자 등 여러 가지로 활약하고 있다. 문학가이며 화가인 미국의 폴 호건(Paul George Vincent O’Shaughnessy Horgan, 1903~1995)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하였듯이 무라카미는 자신만의 미술 블루오션을 만들어 세계의 고객들을 광범위하게 자신의 미술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좇는 자가 결국 두 마리를 모두 잡는다는 이 시대는 디지로그의 통합적 사상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감성과 기술, 예술과 상업이 결합해야 성공하는 시대에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작가들도 무라카미나 제프 쿤스처럼 기업화, 상업화(?)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여럿 나왔으면 한다.

이런 관점에서 11월 한 달간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의 ‘재외한국청년미술제’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프랑스의 내과의사였던 아르망 트루소(Armand Trousseau, 1801~1867)는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라고 하였다. 이를 다른 말로 변형하면 “최악의 예술가는 사업가가 아닌 예술가”이다.
작가의 상상력의 최종 수요자가 결국 시장과 고객이라고 보면 이제는 무라카미나 제프 쿤스처럼 성공하고 있는 남의 일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가 사고의 융합, 문화의 융합, 시간의 융합 등 ‘융합’으로 가므로, 국내 작가들도 자기와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자기보다 특출하게 잘 하는 작가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들로부터 배울 것은 빨리 배우려는 열정과 실천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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