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감독, 박칼린 : '일에 몰두하면 영감은 저절로 떠오릅니다
뮤지컬 연출자이자 음악감독으로 활약하는 박칼린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다. 그녀가 최근 연출한 [미스터쇼]는 많은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지방 순회공연을 거쳐 서울에서 재공연하기에 이르렀다. [미스터쇼] 재공연 전날 박칼린 감독을 만나 무엇이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4월 [미스터쇼]가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죠. 그 전엔 [카붐]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도 연출하고 tvN의 [국악스캔들 꾼]에 출연하면서, [사는 동안 멋지게]라는 에세이집도 내셨어요. 얼마 전엔 2014 인천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기도 했는데요, 한 해를 돌이켜보니 감회가 어떤가요?
모든 활동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비록 기존에 해오던 활동과 비슷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제가 궁금해했던 것을 실현하고 경험해볼 수 있었어요.
모든 활동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비록 기존에 해오던 활동과 비슷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제가 궁금해했던 것을 실현하고 경험해볼 수 있었어요.
여성만을 위한 [미스터쇼]나 한국의 젊은 퍼포먼스팀의 버라이어티쇼인 [카붐]은 원작이 없는 작품이잖아요. 그야말로 순수 창작극인데 기획 의도는 무엇이었나요?
많은 분들이 제가 연출한 작품의 기획 의도를 물어보시는데요, ‘기획 의도’라는 말은 비즈니스 용어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소설가가 작품을 쓸 땐 뭔가에 꽂혀서 쓰는 거지, ‘이건 지금 내놔야 잘 팔릴 거야’ 하면서 쓰진 않잖아요. 물론 그런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머릿속에 여러 가지 아이템을 생각해두었다 필을 받았을 때 “이런 거 하면 어떨까?” 하고 얘기하곤 해요.
많은 분들이 제가 연출한 작품의 기획 의도를 물어보시는데요, ‘기획 의도’라는 말은 비즈니스 용어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소설가가 작품을 쓸 땐 뭔가에 꽂혀서 쓰는 거지, ‘이건 지금 내놔야 잘 팔릴 거야’ 하면서 쓰진 않잖아요. 물론 그런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머릿속에 여러 가지 아이템을 생각해두었다 필을 받았을 때 “이런 거 하면 어떨까?” 하고 얘기하곤 해요.
그렇다면 [미스터쇼]는 어떤 부분에 꽂혀서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지 궁금하네요.
[미스터쇼]라는 작품은 예전에 구상한 거예요. 진작부터 하고 싶었지만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에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작품이죠. 그동안 생각해둔 몇 개의 춤 아이템에서 발전된 건데, 우리 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춤,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려주는 움직임들로 이루어진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작품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었죠. 왜냐햐면 저는 안무가가 아니라 연출자잖아요. 그래서 ‘아무도 나한테 춤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하지 않겠구나. 그러니 그냥 나 혼자만 가지고 있자’ 했던 거예요. 그러다가 [미스터쇼] 제작자와 이야기를 하게 됐고, “혹시 이런 거 알아?” 하는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나한테 더 새로운 거 있는데” 해서 [미스터쇼] 공연이 탄생하게 됐어요. 솔직히 여자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속으로 남자 다 좋아하잖아요. 여자들끼리 이야기할 때는 거리낌없이 행동하다가 갑자기 남자가 나타나면 싹 달라지곤 하는 모습이 재밌었거든요. 저는 그냥 여자들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여자들끼리의 ‘Girls’ Night Out’ 같은 느낌으로요.
[미스터쇼]라는 작품은 예전에 구상한 거예요. 진작부터 하고 싶었지만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에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작품이죠. 그동안 생각해둔 몇 개의 춤 아이템에서 발전된 건데, 우리 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춤,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려주는 움직임들로 이루어진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작품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었죠. 왜냐햐면 저는 안무가가 아니라 연출자잖아요. 그래서 ‘아무도 나한테 춤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하지 않겠구나. 그러니 그냥 나 혼자만 가지고 있자’ 했던 거예요. 그러다가 [미스터쇼] 제작자와 이야기를 하게 됐고, “혹시 이런 거 알아?” 하는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나한테 더 새로운 거 있는데” 해서 [미스터쇼] 공연이 탄생하게 됐어요. 솔직히 여자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속으로 남자 다 좋아하잖아요. 여자들끼리 이야기할 때는 거리낌없이 행동하다가 갑자기 남자가 나타나면 싹 달라지곤 하는 모습이 재밌었거든요. 저는 그냥 여자들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여자들끼리의 ‘Girls’ Night Out’ 같은 느낌으로요.
[미스터쇼]의 출연진은 전문 배우가 아니고 특별히 이 프로젝트를 위한 오디션을 통해 뽑은 이들이라고 들었어요.
네. 이 작품에 필요했던 건 배우도 아니고 춤꾼도 아니었어요. 키 185cm가 넘고 자신의 몸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성격의 남자들, 상남자, 예쁜 남자, 터프 가이, 심지어 남성도 좋아할 만한 남자들이 필요했죠. 여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남자들로요. 전문 배우가 아니다 보니까 다른 작품을 할 때보다 준비하는 데 좀 더 오래 걸렸어요. 춤을 전문적으로 추는 공연은 아니지만 춤을 출 때, 움직일 때 멋있어야 하니까요. 안무는 1~2년 전부터 이미 한 꼭지씩 준비하고 있었고. 음악도 공연 몇 달 전부터 작업을 시작했어요. 배우들도 하드 트레이닝을 거쳤고요.
네. 이 작품에 필요했던 건 배우도 아니고 춤꾼도 아니었어요. 키 185cm가 넘고 자신의 몸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성격의 남자들, 상남자, 예쁜 남자, 터프 가이, 심지어 남성도 좋아할 만한 남자들이 필요했죠. 여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남자들로요. 전문 배우가 아니다 보니까 다른 작품을 할 때보다 준비하는 데 좀 더 오래 걸렸어요. 춤을 전문적으로 추는 공연은 아니지만 춤을 출 때, 움직일 때 멋있어야 하니까요. 안무는 1~2년 전부터 이미 한 꼭지씩 준비하고 있었고. 음악도 공연 몇 달 전부터 작업을 시작했어요. 배우들도 하드 트레이닝을 거쳤고요.
다른 작품에 비해 좀 더 어려웠거나 고민했던 부분이 있었다면요?
수년간 생각해온 콘셉트 중 몇 개를 어떻게 조합해야 할지, 선곡과 편곡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다음이 안무, 소위 벗는 정도에 대해 생각했죠. 남자 배우 8명이 무대에 올라 셔츠를 찢고 바지를 벗은 채 춤을 추는데, 과연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 외에는 다른 작품보다 어렵지 않았는데, 딱 하나 어려웠던 게 신장 185cm가 넘고 무대 기질이 있으면서 춤을 어느 정도 출 줄 아는 신인 배우를 뽑는 것이었어요. 대한민국엔 [미스터쇼]에 걸맞은 배우가 많지 않았거든요.
처음 [미스터쇼]를 무대에 올렸을 때 굉장히 다양한 반응의 리뷰가 쏟아졌던 걸로 기억해요. 관객들 반응과 매체 리뷰를 보고 어떠셨어요?
저는 리뷰를 잘 읽지 않아요. 공연 스태프들에게 넌지시 “안 좋은 거 있어?” 물어보고 “그런 것 있으면 이유만 알려줘” 하고 얘기하죠. 전 주로 공연 첫날 관객들의 반응과 한두 달 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모습만 유심히 봐요. 저는 이 공연을 보고 여성분들이 굉장히 유쾌해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스태프들이 “이 작품이 이렇게 잘 될지 예상을 못 했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같이 작업하는 사람조차도 이게 어떻게 될지 몰랐대요.
저는 리뷰를 잘 읽지 않아요. 공연 스태프들에게 넌지시 “안 좋은 거 있어?” 물어보고 “그런 것 있으면 이유만 알려줘” 하고 얘기하죠. 전 주로 공연 첫날 관객들의 반응과 한두 달 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모습만 유심히 봐요. 저는 이 공연을 보고 여성분들이 굉장히 유쾌해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스태프들이 “이 작품이 이렇게 잘 될지 예상을 못 했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같이 작업하는 사람조차도 이게 어떻게 될지 몰랐대요.
‘내숭 떨지 말고 본능이 이끄는 대로 마음껏 즐겨라’라는 [미스터쇼]의 메시지가 자신의 욕구에 당당하라고 얘기하는 코스모폴리탄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미스터쇼]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미스터쇼]는 두 개의 공연을 볼 수 있어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 외에도 관객이 보여주는 공연이 또 하나 있는 거죠. 관객의 반응을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해요. 자리에서 일어나 “꺅!” 하고 한 시간 내내 소리 지르는 여자들, 새치름하게 70분 내내 앉아 계시다 끝에 가서 기립 박수를 치는 할머님들도 볼 수 있죠. 중간에 관객이 참여하는 시간이 있는데 미스터들에게 이끌려 무대 위로 올라갈 때는 쑥스러워하다가 남자 배우들이 바로 눈앞에서 춤을 추면 “용궁 갔다 왔다”고 해요. 관객들의 반응이 예상을 벗어나서 더 재미있어요. 우리 공연 남자 스태프들도 여자 관객분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즐거워해요. 한 감독님은 큐 사인도 놓치고 난리가 아니었죠. 첫 공연 후 관객에게서 이제껏 못 들어본 코멘트도 들었어요. 감사하다는 말이오. 보통은 관객들이 공연 보고 나가다 제가 서 있으면 “공연 잘 봤습니다” 하거든요. 근데 이 작품은 “감사합니다” 해요. 저 진짜 그런 말 처음 들었어요.
[미스터쇼]는 두 개의 공연을 볼 수 있어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 외에도 관객이 보여주는 공연이 또 하나 있는 거죠. 관객의 반응을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해요. 자리에서 일어나 “꺅!” 하고 한 시간 내내 소리 지르는 여자들, 새치름하게 70분 내내 앉아 계시다 끝에 가서 기립 박수를 치는 할머님들도 볼 수 있죠. 중간에 관객이 참여하는 시간이 있는데 미스터들에게 이끌려 무대 위로 올라갈 때는 쑥스러워하다가 남자 배우들이 바로 눈앞에서 춤을 추면 “용궁 갔다 왔다”고 해요. 관객들의 반응이 예상을 벗어나서 더 재미있어요. 우리 공연 남자 스태프들도 여자 관객분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즐거워해요. 한 감독님은 큐 사인도 놓치고 난리가 아니었죠. 첫 공연 후 관객에게서 이제껏 못 들어본 코멘트도 들었어요. 감사하다는 말이오. 보통은 관객들이 공연 보고 나가다 제가 서 있으면 “공연 잘 봤습니다” 하거든요. 근데 이 작품은 “감사합니다” 해요. 저 진짜 그런 말 처음 들었어요.
[미스터쇼]는 서울 공연에 이어 지방 순회공연도 했는데요, 서울과 지방 관객들의 반응이 다르진 않았나요?
전 지방에선 [미스터쇼]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20여 년 만에 고향 가는데 이 공연을 들고 가게 되서 고향에서 욕 좀 얻어 먹겠다’ 싶었거든요. 근데 공연을 시작하자마자 “와! 박칼린! 대박이야” 하는 반응이 터져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안심했죠.
전 지방에선 [미스터쇼]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20여 년 만에 고향 가는데 이 공연을 들고 가게 되서 고향에서 욕 좀 얻어 먹겠다’ 싶었거든요. 근데 공연을 시작하자마자 “와! 박칼린! 대박이야” 하는 반응이 터져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안심했죠.
이전에 작업하셨던 것과는 다르게 [미스터쇼]는 관객과 공연하는 사람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작품이네요. 관객이 직접 무대에 올라가 주인공이 되기도 하니까요.
록 콘서트 같은 데 가면 다 같이 일어나서 춤을 추곤 하잖아요. 하지만 공연을 보는 것이 재미있지 손 흔들고 하는 관객의 모습을 보는 건 재미없어요. 관객의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었던 공연은 [미스터쇼]가 처음이에요. 어떤 관객은 무대 위에 올라가고 싶어 태극기를 들고 오기도 해요. 의자 위에 올라가서 손을 들고 자기를 뽑아달라는 사람도 있어요. 무대에 올라가고 싶어서 33번을 봤다는 사람도 있고요. 똑같은 공연을 열 번 보다 보면 ‘아, 이제 좀 그만 봐야지’ 하는데, [미스터쇼]는 어떻게 된 게 그때그때마다 다 재미있어요.
록 콘서트 같은 데 가면 다 같이 일어나서 춤을 추곤 하잖아요. 하지만 공연을 보는 것이 재미있지 손 흔들고 하는 관객의 모습을 보는 건 재미없어요. 관객의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었던 공연은 [미스터쇼]가 처음이에요. 어떤 관객은 무대 위에 올라가고 싶어 태극기를 들고 오기도 해요. 의자 위에 올라가서 손을 들고 자기를 뽑아달라는 사람도 있어요. 무대에 올라가고 싶어서 33번을 봤다는 사람도 있고요. 똑같은 공연을 열 번 보다 보면 ‘아, 이제 좀 그만 봐야지’ 하는데, [미스터쇼]는 어떻게 된 게 그때그때마다 다 재미있어요.
여자 관객들만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자기 감정을 표현하지 않나 싶어요. 공연을 통해 여성들의 마음 속 한 부분을 밖으로 끌어냈다는 의미가 있네요.
그게 사실이라면 좋겠죠. 하지만 공연만으로는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가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던 거죠. 저는 그냥 재료를 잘 모아서 만든 것뿐이에요. [미스터쇼]를 10년 전에 무대에 올렸다면 절대 이렇게 성공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는 여자들이 떳떳하게 볼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남자 상사한테 “우리 여직원들 크리스마스 선물로 [미스터쇼] 보내주십시오” 할 수 있는 그런 공연이오. 실제로 요즘엔 여자 상사분이 부하 여직원들을 데리고 많이 오세요. 여자 친구들끼리 브라이덜 샤워로 공연을 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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