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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의 지형을 바꾼 세계대전

문옥배 당진문화재단 사무처장 / 음악평론가 제1차 세계대전은 1914년에 발발해 1918년 11월 독일의 항복으로 끝난 전쟁으로, 패배한 동맹국의 4대 제국(독일·러시아·오스트리아-헝가리·터키)의 몰락을 가져왔다. 1차 대전 이후 유럽의 불안은 여전했고, 결국 20년 후 다시 독일을 주축으로 한 제국주의 동맹국에 의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제1·2차 세계대전 중간에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에 의해 제국이 해체되고 사회주의국가가 됐다. 세계사에 많은 영향을 미친 제1·2차 세계대전은 문화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가장 큰 변화는 세계 예술계의 지형 변화다. 바로 서유럽과 러시아 중심의 세계 예술계에 미국이 이들과 동등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로 등장한 것이다. 무엇 때문에 미국이 세계 예술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나라로 떠오르게 됐을까? 당시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의 자유를 추구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미국으로 망명을 떠났다. 2차 대전 이전의 세계 예술계의 중심은 서유럽과 러시아였는데 유럽에서 1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전쟁은 죽음과 폐허만을 남겼다. 무한한 자유를 추구하는 예술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다. 군인으로 참전한 예술가들을 제외하고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칠 곳을 찾았고, 미국이 바로 그곳이었다. 미국은 제1·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나라였으나, 전쟁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안전했으며,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다.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 또한 많은 예술가가 러시아를 떠나게 만든 계기가 됐다. 혁명이 발발하자 예술가들은 러시아를 떠나 서유럽으로 이주했지만, 이들은 불안한 유럽을 벗어나 미국으로 다시 망명한 것이다. 독일에서 1933년 나치가 정권을 잡자 유태인 예술가들은 더 이상 공식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1930년대부터 예술계에서 반유태주의가 노골적으로 횡행하면서 유태인 예술가들 역시 미국으로 망명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러시아와 서유럽 등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