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rit Dior, Miss Dior

2"000개의 자도르 향수 용기에 LED를 연결해 아주 거대한 리본을 만들었어요. '미스 디올'의 상징이기도 한 디올 향수의 리본 장식은 부드러운 곡선과 특유의 우아함으로 저에게 큰 영감을 줬어요. " 부드러운 꽃향기로 가득한 Joana Vasconcelos의 작업실엔 3m가 넘는 리본이 반짝이고 있다. 지난해 여성작가 최초로 베르사유 궁전에서 전시회를 연 그녀는 곧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릴 Miss Dior Exhibition by Parfums Christian Dior 를 준비하고 있다.  <걸리버 여행기> 속 거인들의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초대형 리본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1년이 걸렸다. 47년 출시된 뮤슈 디올의 첫번째 향수 미스 디올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엔 세계적인 여성미술가 15명이 참여한다.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 크리스챤 디올이 자신의 꾸띄르 하우스를 열었을 때, 그는 자신의 드레스 영혼을 담은 향수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사랑의 향기나는 향수." 전시 큐레이터 에르베 미카엘로프는 전 세계 여성미술가 15명에게 이 신비로운 향수 미스 디올의 정신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조향사였던 뮤슈 디올이 문화예술의 황금시대였던 20년대에 직접 갤러리를 운영하며 피카소, 달리, 만 레이 등과 가깝게 지내던 파리 예술가들의 전시를 열었다. 오늘날 디올 역시, "크리스챤 디올이 첫 패션쇼에서 우아함의 기준을 바꾼 파격적인 '뉴 룩'을 선보였을 때, 저희 어머니 역시 프랑스에 살던 젊은 여성이었어요. 그의 업적을 예술을 통해 기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까르띠에 재단과 페로댕 갤러리를 거쳐 2004년부터 LVMH그룹과 함꼐 일하고 있는 큐레이터 에르베는 세계를 여행하며 요즘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한국 작가 '이 불'은 가작 설득하기 힘든 작가였다고 한다. "이불은 주로 건축적인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디올이 얼마나 건축을 사랑했는지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죠. 뮤슈 디올은 항상 드레스는 여성을 위한 드레스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불과 에르베 미카엘로프는 꽤 오래전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이불은, "작품을 통해 소통하면서 많은 공감대를 쌓아온 우린 일종의 동료 의식을 갖고 있죠. 이번 프로젝트는 저 스스로 미적인 것의 의미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죠." 이불은 향수의 물질적 특성에 초점을 맞췄다. ,"향수는 순간적으로 사라지지만 그에 대한 기억은 오래 남는 법이죠" 이불은 깨진 거울들로 무한대의 상이 나타나는 거울 벙커를 만들었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이 작품은 빡에서 볼 땐 찬란한 빛을 반사하는 크리스털 행성처럼 아름답고, 그 내부로 들어섰을 땐 마치 우주에 있는 듯한 묘한 신비감을 준다. 끝없이 반사되고 반복되는 무한의 이미지는 좀처럼 잊히지 않는 꿈의 잔영처럼 머릿속을 맴돈다.


 그랑 팔레 전시장은 그 옛날 몽테뉴가의 패션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눈부신 하얀색 안개처럼 신비로운 회색으로 단장하고 관객들을 맞이한다. 당시에 있던 계단도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재현됐다. 입구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 중국 작가 량 위안웨이 Liang Yuanwei 의 꽃으로 가득한 회화작품이다. 수천 송이의 꽃을 수놓아 만든 당시 의상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다른 미술가들의 작품 역시 창작에 도움을 준 미스 디올의 Reference와 나란히 놓인다. 예를 들어 전시장 바닥 한쪽에 깔린 미국 작가 Polly Apfelbaum의 멀티 컬러 러그 옆엔 하운드투스 문양의 다양한 미스 디올 박스와 엑세서리 들이 전시되는 식이다.


  미국의 비주얼 작가 Alyson Shotz가 제작한오색 빛을 반사하는 미래지향적 구조물 '로즈 스켈레톤',
뮤슈 디올이 사랑한 장식용 미니어처 극장들 중에서 베르사유궁전 왕비의 촌락을 사람 어깨높이까지 오는 대형 인형의 집으로 만든 Karen Kilimnik, '탬플 오브 러브',


디올 파인 주얼리 대명사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의 보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페이퍼 설치 작품으로 아름다운 디올 정원의 장미에 헌사를 바친 일본 작가 도모코 시오야스 Tomoko Shioyasu 등 디올을 주제로 한 예술적 재해석이 펼쳐진다. 나무가지를 유리 큐브에 집어넣어 아로마 향기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프랑스 출신 화가이자 조각가 Carole Benzaken, 코바늘과 방울 장식 등 디올의 향수 모양을 새롭게 디자인한 브라질 작가 Maria Nepomuceno의 설치작품도 흥미롭다.




디올의 '뉴룩'을 과감한 붓 터치와 함께 극적으로 표현한 전설적인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르네 그뤼오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도 있다. 프랑스 디자이너 Ionna Vautrin은 르네 그뤼오의 오리지널 포스터에 그려진 미스 디올 장갑에서 착안해 알록달록한 색상의 장갑이 지붕을 뒤덮은 커다란 파빌리온을 만들었고, 이탈리아 작가 Carla Mattii는 르네 그뤼오의 일러스트 작품을 3D 장미정원으로 연출했다.

 예술가 15인은 저마다 디올에 얽힌 자기만의 추억이 있다. 슬로베니아의 가구 디자이너 Nika Zupanc는 흥분된 마음으로 그때를 떠올렸다. "윈드서핑을 하려고 해변에 나갔을때 큐레이터로부터 메일을 받았어요. 열일곱 살 때 혼자 뉴욕으로 첫 해외여행을 떠났을 때가 생각났죠."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10대 소녀는 자신이 즐겨 입던 붉은색 가죽 재킷과 짝을 맞추기 위해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화장품가게로 달려가 디올의 새빨간 립스틱과 립 펜을 샀다. 니카는 요조숙녀 같은 인상의 미스 디올에게도 오래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강한 자의식이 내재돼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설치 작품으로 형상화하기도 했다. 검은색 큰 솔 형태의 방 사면은 디올 까나주 패턴으로 디자인했고, 계단에 놓인 정면엔 연분홍 커튼을 드리웠다. 커튼과 같은 색상의 깜찍한 의자등받이는 디올의 리본모양이다. 천장엔 롤리타램프가 종처럼 매달려 있고, 그 아래엔 작은 책상이 있다. "공간의 크기는 기본적인 가구만 겨우 들어갈만큼 작지만, 천장높이만큼은 베네치아 궁전의 건축학적 특징에 따라 거의 신전 수준으로 높게 만들었어요. 자유의 중요성을 표현한거죠. " 사회가 정한 모든 규범으로부터 벗어난 해방의 공간이다. 관객들이 이 지극히 사적인 방 안에 머물며 글을 쓰거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다.


  미스 디올에서 강인하고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니키와 여러작가들이 발견했다. 영국 사진가 Hannah Starkey는 미스 디올의 첫 번째 뮤즈였던 뮤슈 디올의 여동생 카트린 디올에 초점을 맞췄다. 무슈 디올이 첫 패션소를 앞두고 향수의 이름의 정하지 못해 고민 중일 때, 사람들이 카틀린을 향해,"저기, 미스 디올이 오네요.!"라고 소리치는 걸 듣고 그 이름을 떠올렸다는 유명한 일화다. 한나는 2차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 일원으로 추방당한 열정적인 파리지엔 카트린의 흔적을 미디어 작품 속에 담았다. 영화배우 나탈리 포트만은 오늘날 미스 디올이다. 늘 생기넘치며 자유분방하고 지적인 그녀는 2010년부터 디올 향수의 광고 모델로 활약중이다. 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9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는 Shirin Neshat는 이 매력적인 할리우드 스타를 주인공으로 한 흑백 영화를 제작했다.

  레바논 계 이집트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Lara Baladi가 만든 한 편의 동화같은 영상 작품은 무슈 디올이 남긴 문장에서부터 출발한다. "미스 디올이 태어났다. 반딧불이에 둘러쌍니 프로방스 지방의 그날 밤, 그린 재스민 노래가 밤과 지구의 멜로디로 태어났다." 별이 쏟아지는 밤, 작은 반딧불이와 요정들이 숲 속에서 춤을 추는 풍경은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만양 미술가 15명이 무슈 디올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면 그들은 그의 절친이 됐을겁니다. 그는 언제나 여성과 예쑬을 사랑했으니까요." 전시 큐레이터 에르베 미카엘로프는 말했다.  특히, 지난 전시에서 남다른 패션 감각을 보여주었던 조안나 바스콘셀로는 무슈 디올에게 새로운 드레스의 영감이 줬을지도 모른다. "하하, 그땐 전시 컨셉에 맞춰 마리 앙뚜아네트 시대의 코르셋 의상을 만들어 입였죠. 아직 공개할 순 없지만, 이번에도 기대하셔도 좋아요." 그녀의 대형 LED 리본 작품 옆엔 큼직한 리본이 가슴 부분을 장식한 디올의 붉은색 드레스'콘체르토'와 함께 전시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멋진 현대미술품과 더불어 무슈디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옛 사진과 디자인의 아이디어가 담긴 문서, 원본 스케치도 공개될 예정이다. 우디 엘런의 영화<미드나잇 인 파리> 속 주인공처럼 낭만적인 30년대 파리로 시간 여행을 온 느낌일 것이다. 사랑의 향기로 가득한 디올의 집은 11월 12일부터 24일까지 그랑 팔레를 방문하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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