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g with the Gods, two world./ 신과함께, 주호민

“내 만화의 작은 실수로라도 상처 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 이말 진짜 멋지다.

[신과 함께] ‘신화편’ 연재가 끝난 지 두 달 정도가 되어간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주호민: 지금은 ‘신화편’ 단행본 작업을 하고 있다. 계속 신경이 쓰여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 단순히 표지랑 속표지 몇 장 그리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부록을 넣어야 한다. 보통은 단행본 구입하는 독자를 위한 서비스 차원의 부록인데 이번엔 그 차원을 좀 넘은 것 같다. 엔딩에 대한 변주라고 해야 할까. 강림도령의 남겨진 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일 것 같다. 그리고 지장보살과 철융신에 대한 이야기도 추가된다.

[신과 함께]는 한국 신화에 대한 흥미에서 출발한 기획인데, 또한 동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돋보였다. 
처음에는 그냥 한국 신화가 굉장히 재미있구나, 흥미롭구나, 해서 시작하게 됐는데 ‘저승편’의 무대인 지옥은 끊임없이 사람의 죄를 묻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각 지옥마다 다루는 죄가 다르니까 자연스럽게 한국 사람이 보편적으로 저지르는 죄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또 그 죄가 만들어지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보였다. 가령 ‘저승편’의 주인공 김자홍은 착한 사람인데 갑의 입장에서 하청업체를 쥐어짜는 역할을 하는데 그것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한 죄 아닌가. ‘이승편’은 말 그대로 이승의 신 이야기인데 이승 신은 대부분 가택신이고, 가택신 최고의 시련은 집이 없어지는 거라고 봤다. 당시 용산 참사도 있어서 철거민에 대한 이야기로 가닥이 잡혔다. ‘신화편’은 원전 그대로 그리려고 했는데 그러면 그냥 ‘만화 한국 신화’가 되겠더라. 그건 나 아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거고. 그래서 지금 사회에서 생각해야 할 가치들을 고민했더니 충분히 접합할 지점이 있었다. 가령 첫 에피소드인 ‘대별소별전’에서 활로 해를 떨어뜨리는 장면은 사양신화라고 해서 인간의 진취성을 보여주는 것인데, 지금 필요한 가치는 영웅의 진취성보다는 서로 힘을 모으는 것이라 생각해 사람들이 다 함께 활을 쏘는 걸로 재구성했다.
말한 것처럼 [신과 함께]만 해도 신화와 동시대의 사건들이 나오고, [무한동력]도 무한동력 기계와 취업난을 다룬다. 다루는 소재의 범위가 넓다. 
관심 있는 분야가 많다. 다큐멘터리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해양, 우주 다큐부터 휴먼 다큐까지. 그러다보니 관심사도 많아져서 책도 챙겨보고. 얕고 넓은 거지. 그런 것들이 어느 순간 결합이 되기 시작한다. 친구들 취업 문제에 관심이 많은 상태에서 [세상이 이런 일이]에 나온 무한동력 만드는 아저씨를 보며 [무한동력]의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이승과 저승의 신에 대해 공부하다가 용산 참사가 터지는 걸 보면서 [신과 함께] ‘이승편’을 만들고. 나는 흔히 방아쇠가 당겨진다고 표현하는데, 그렇게 머릿속에 부유하던 소재들이 붙는 순간이 있다. 아마 다음 만화도 그렇게 방아쇠가 당겨지는 시점부터 시작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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