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십이지를 만나면

혜민스님은 “깨달은 이는 전체의 흐름과 모든 개별적 존재를 동시에 느끼는데, 무지한 이는 내가 만든 상에 딱 맞아 좋거나, 맞지 않아 싫은 몇몇의 개별적 존재들만 본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제21회 청담미술제에서 각광을 받은 화가 중 한 명이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장인 최성숙 화가다. “미술은 항상 문명의 정점에 있다. 인생은 아름답고 즐겁기 때문에 미술로 그 느낌을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투명한 영혼의 소유자인 그에게는 예술적 장르 같은 어떤 틀이나 경계는 없다. 미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 주는 작품들을 전시한 그는 다재다능한 작가다. 하프, 만돌린,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색소폰, 클라리넷의 악기와 우리 인간을 도와주는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토끼 뱀 용 호랑이 소 쥐 같은 십이지(十二支) 동물들을 융합하여 캔버스와 액자 위에 그림을 그린다. 그림에서는 한 화면에 한 동물과 두세 개의 악기가 함께 등장한다. 동서고금의 융합을 그림에서 나타내는 것이다. ‘아트센터 순수’ 관장인 강순진 화가는 최성숙 화가의 예술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의 그림에서는 자유가 철철 넘친다. 평면 회화의 입체화를 이루고자 액자 앞뒤에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매우 파격적이다. 순수하고 긍정적인 품성과 유럽에서의 오랜 경험이 한 차원이 높은 그림으로 창조되어 마치 시나 소설을 보는 것 같다. 그는 전체의 흐름과 모든 개별적 존재를 동시에 느끼는 깨달은 분이다.” 

또한 미술평론가 정목일은 일전에 그의 작품 세계를 “그는 타고난 감각과 신명을 가진 작가다. 이런 기질은 유미주의자로서 면모를 부각시키면서 독창적인 조형언어 구사를 보여준다. 활발하면서도 거침없는 표현법은 대담하고도 천진하며 미적 완성도를 높여준다. 그의 작품은 또한 ‘중생이 앓는 백팔번뇌를 보면서 그 신음소리를 듣는다’는 관음(觀音)의 경지”라고 평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의 그림의 출발점은 산수화, 사군자, 화조, 민화에서 왔다. 특히 우리 민족의 민속신앙인 십이지를 그린 지는 16년이나 되었다. 십이지가 음악을 만나고 서양을 만나서 진화하며 새로운 환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각 동물의 장점을 생각하며 작품을 만든다. “쥐는 영리하고 착하고 귀염성이 있다. 소는 정직하고 일복이 많고 끝까지 노력하여 성공한다. 호랑이는 위엄이 있다. 토끼는 착하고 스스로 개척하며 노력을 한다. 용은 자존심이 강하다. 뱀은 곧고 착하며 선비와 같다. 말은 항상 노력하며 머리가 좋다. 양은 서글서글하다. 원숭이는 재주가 많다. 닭은 말재주가 좋다. 개는 영리하고 팔방미인이다. 돼지는 수명이 길다” 등 그의 십이지는 그의 성품처럼 긍정적이다. 그는 올해 초부터는 평면회화 이외에 생활 도자기에 직접 일일이 십이지, 연꽃, 잠자리, 나비, 추상 드로잉 등 그림을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예술이 일반인들의 삶에 가까이 가도록 하는 뜻에서다. 

최근 유명 백화점에서 그의 도자기 작품들을 아트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음은 미술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나진희 문신미술관 학예사의 말대로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실천하고 완성하고 다시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이 그의 일상’인 셈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는 ‘특별함’ ‘상상력’ ‘솔직함’ ‘전통에 얽매이지 않음’ ‘자유분방함’ ‘유쾌함’이 있으며 이들이 모여 그의 융합이 탄생한다. 그 융합의 최종 목적지는 사랑이다. 성선설을 주장하는 그는 매 순간 사랑으로 작품을 만들므로 그의 작품은 바로 사랑이다. 피카소는 예술은 영혼에 붙어 있는 일상생활 속 먼지들을 깨끗이 씻어낸다고 했다. 사랑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왕별 댄스 강사는 그의 작품을 보고 왈츠, 탱고, 차차차 등 춤이 저절로 나온다고 감탄했다. 밝고 자유분방함이 춤을 묘사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융합 및 크로스오버 시대에 미술을 보고 문학을 하고 음악을 하고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리고 십이지 그림이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될 날을 기대해본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이대 미대 정시 기출문제(2012~2017)

자세 균형 잡아야 병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