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 by pen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아티스트 김세동입니다.
소개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예전에는 그냥 ‘그림 그리는 사람’이었다가 최근부터 ‘아티스트’라고 스스로 말한다. 음. 원래 이렇게 말하는 게 부끄럽기도 했는데, 조금 더 ‘아티스트’ 로서 자부심을 갖고 싶어졌다.
원래부터 ‘일러스트’나 미술 전공이었나.
전에 ‘파슨스’에서 패션 전공을 했다. 패션을 좋아해 디자이너를 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당시 그곳에서의 생활이 여러 면에서 그리 좋지 않았고, 고민 끝에 학교를 그만둔 뒤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바로 첫 개인전을 연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어렸을 때부터 나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그림 그리는 것을 워낙 좋아했다. 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시작했고 그 작업이 개인전으로 연결됐다.
첫 개인전은 어땠나.
운 좋게 이태원에 있던 ‘드로잉 블라인드’에서 열게 됐다. 처음 여기에서 개인전을 하고 싶어 아르바이트 면접을 봤다. 처음 면접 때 바로 여기서 전시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 ‘얘는 뭐지?’ 싶었을 거다. 감사하게도 후에 그곳에서 9점의 작품을 걸고 전시를 열었다.
작품은 완판됐고.
너무 신기했다. 첫 개인전인데. 그렇게 팔릴 줄 몰랐다. 지금도 신기하다.
이번 전시는 그때와 사뭇 다르다. 
두 번째 개인전인 ‘WASTE’는 지난 전시였던 ‘TIRED’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헛된’, 속어로 말하자면 ‘술에 취한’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20대의 현재 나의 모습을 표현할 단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그리는 것 자체는 나의 외로움 등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이번 전시에서 ‘비벤덤’의 진화는 어쩌면 자신의 진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세동 씨를 투영한 캐릭터, 비벤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비벤덤은 ‘미쉐린 타이어’ 브랜드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어렸을 때, 다른 친구들에 비해 몸집이 컸다. 거리에서 우연찮게 보이던 통통한 비벤덤이 어느 순간 내 모습과 오버랩 됐다. 나와 닮은 구석이 많은 녀석이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나를 대변하는 하나의 캐릭터가 됐다. 첫 번째 개인전이 나 자신,’김세동’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 전시에서는 좀 더 내 고민이나 상황을 투영한 비벤덤의 모습이 많이 보일거다.
세동 씨를 염탐하다 보니, 덕후 기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좋아하는 만화책, 피규어, 핀이나 배지 등 관심 갖는 것들을 모은다.
그 중 배지는 여기(두 번째 개인전)에 전시되어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자주 보였고. 시그니처 아이템인가.
맞다. 하고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많은 배지를 가지고 있다. 배지의 오목한 부분에 색감을 넣어 원하는 그림이나 문자를 만드는 것에서 착안해 입체 작업을 시작한 것도 있다.
그렇네. 듣고보니 뱃지와 닮아보인다. 샘바이펜의 최근 작품들은 입체 작업으로 된 것이 많다. 그렇지만 초기의 ‘손 그림’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나도 그 중 한 명이고.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맙다. 나도 손으로 그리는 작업을 좋아한다. 그래서 손 그림과 그래픽 작업 등을 혼용하려고 하는 편이다. 지금 전시된 작품들도 그렇다. 먼저 손으로 모든 도안 작업을 한 후에 그래픽으로 작업하고 조각마다 직접 만들어 완성한다. 손으로 그리는 것에 대한 성취는 또 다른 맛이어서, 작업하며 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고 있다. 현재는 아직 나를 찾는 과정의 중간 부분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나에게 맞고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페인팅 작업을 비롯한 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들이 많을 것 같다. 주로 작업실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나.
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페인팅을 하는 작업은 어쩔 수 없이 개인 작업실에서 한다. 그렇지만 그 외에 그래픽 등 밖에서 할 수 있는 작업들은 주로 카페에서 한다. 작업을 하기도 하고 쉬면서 커피도 마시고. 아, 사람 구경도 한다.
그 아름다운 환경의 카페는 어디인가.
하하. 알려줄 수 없다. 나만의 아지트니까.
항상 궁금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세동씨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은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는지. 최근 흥미롭게 보았던 다른 작가의 작품이 있나.
정말 많다.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 중 꼽아보자면.
카우스(KAWS). 표현하는 방식이 재미있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캐릭터를 변형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아, 미스터 브레인 워시(Mr. Brainwash)도.
아, 이 사람! 아티스트 얼굴을 보니 알겠다. 지난 번 국내에 대형 전시가 있어서 본 적 있다.
사실 이 사람은 이미지보다 당당한 애티튜드가 맘에 든다. 뻔뻔하다고 할 만큼 대놓고 자신 그대로를 표현한다. 그게 참 좋다.
조금 다른 얘기로 넘어가자면, 다른 아티스트들에 비해 휠라, 리타 등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협업 해왔다. 
상업 미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래 패션을 좋아해왔기 때문에 다양한 일들을 해보고 싶었다. 그 과정이 재미있기도 했고. 그런데 요즘은 조금 더 개인 작업에 집중하려 한다. 또, 전시도 더 많이 해보고 싶다. 계속해서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내 것’, ’내 방식’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의 작품 중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있다면 어떤 작품일까.
여기 전시된 ‘Broken’이다. 좌절해있는 모습이 지금 나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지금 좌절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20대가 겪는 여러 가지의 고민은 나 역시 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의 주제와도 맞닿아있는 것처럼. 어떤 이들에게는 우리는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근데 나는 조금 다르다. 더 나은 것을 위한 하나의 과정 안에 있는 거라 생각한다. 살아온 방식과 앞으로 살아갈 방식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차이가 아닐까 싶다.

가볍게 소비되는 것들에 대한 동경이 있다.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을 잔뜩 어깨에 짊어지고 사는데, 구태어 뭔가를 보태고 싶지 않았다. 샘바이펜의 작품들은 우리들이 갖고 있을 무거운 고민들을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무게로 담아낸다. 웃고 있는 비벤덤 이면에 있는 그를 상상해왔었다. 어떤 사람일지, 왜 비벤덤이었는지, 조금 달라진 그의 비벤덤이 혹시 그의 변화를 담고 있을지에 대한 것들. 물어볼 크고 작은 질문들은 많고도 많았다. 여러 물음들에 찬찬히 설명하는 그는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찾는 과장이란다. 스스로에 대한 아무런 확신이 없는 나를 느끼며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샘바이펜이라면 곧 더 확실한 색깔을 가진 작품으로 보여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작품들도 충분히 그, 김세동 자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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